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밥과 자본주의-우리 시대 산상수훈/고정희

상담사 이우 2013. 6. 28. 06:30

밥과 자본주의-우리 시대 산상수훈

 

고정희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겨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을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남북분단 시대,

그대를 세상은 빨갱이라 부르네

 

내 기적을 알고 싶거든

오른뺨을 치면 욉뺨도 내밀고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까지 따라가라

따라가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먹이사슬의 시대,

몸을 달라 하면 쓸개까지 주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창녀라 부르네

 

내 평화를 누리고 싶거든

땅에서 가난하라, 땅 위에

재물을 쌓지 마라, 주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본독점 시대,

오직 가난한 이 여기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거지라 부르네

 

아아 주님 당신은 위대한 허풍쟁이

대책 없는 허풍쟁이

하느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구하면 주실 것이요

두리드면 열릴 것이다, 말씀하셨건만

구하고 두르리는 이 반동이라고 부르네

아니오 하는 이 반체제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