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자본주의-우리 시대 산상수훈
고정희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겨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을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남북분단 시대,
그대를 세상은 빨갱이라 부르네
내 기적을 알고 싶거든
오른뺨을 치면 욉뺨도 내밀고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까지 따라가라
따라가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먹이사슬의 시대,
몸을 달라 하면 쓸개까지 주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창녀라 부르네
내 평화를 누리고 싶거든
땅에서 가난하라, 땅 위에
재물을 쌓지 마라, 주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본독점 시대,
오직 가난한 이 여기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거지라 부르네
아아 주님 당신은 위대한 허풍쟁이
대책 없는 허풍쟁이
하느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구하면 주실 것이요
두리드면 열릴 것이다, 말씀하셨건만
구하고 두르리는 이 반동이라고 부르네
아니오 하는 이 반체제라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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