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목요일 꿈에/유형진

상담사 이우 2013. 7. 26. 21:28

목요일 꿈에

 

유형진


어떤 나무가 나오고
나무엔 꽃하고 잎 대신
구슬이 달려 있었어
연말에 거리를 밝히는 전구같이
조그만 구슬들이
말을 하더라
구슬 한 개에 글자 하나
한 개씩 한 개씩
떨어지며 소리를 내더라
그것을 음악이라고 할까
시라고 할까
하나 하나 떨어지며 내는 글자들의 소리를
나는 받아 적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 일은
목요일 꿈에 있었던 일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구도 만날 수 없고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었어

 

목요일 꿈에
나에게 찾아왔던
구슬이 떨어지며 들려주던
그 전언傳言을
잃어버릴까 봐
잊어버릴까 봐
그런데 지금 나는
일요일 저녁

 

목요일 꿈 이후
없어진 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미처 적어놓지 못했던
그 음악과 시와
목요일 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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