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꿈에
유형진
어떤 나무가 나오고
나무엔 꽃하고 잎 대신
구슬이 달려 있었어
연말에 거리를 밝히는 전구같이
조그만 구슬들이
말을 하더라
구슬 한 개에 글자 하나
한 개씩 한 개씩
떨어지며 소리를 내더라
그것을 음악이라고 할까
시라고 할까
하나 하나 떨어지며 내는 글자들의 소리를
나는 받아 적었던 거야
그러니까 그 일은
목요일 꿈에 있었던 일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구도 만날 수 없고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었어
목요일 꿈에
나에게 찾아왔던
구슬이 떨어지며 들려주던
그 전언傳言을
잃어버릴까 봐
잊어버릴까 봐
그런데 지금 나는
일요일 저녁
목요일 꿈 이후
없어진 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미처 적어놓지 못했던
그 음악과 시와
목요일 꿈과 함께
'행복한공부 > 상담사의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래의 꿈/송찬호 (0) | 2013.07.28 |
---|---|
꽃이 졌다는 편지/장석남 (0) | 2013.07.27 |
노독/이문재 (0) | 2013.07.25 |
뻐아픈 후회/황지우 (0) | 2013.07.25 |
푸른 밤/나희덕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