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당신이라는 모서리/안숭범

상담사 이우 2013. 8. 5. 06:00

당신이라는 모서리

 

안숭범

 

 

 

우리는 점점 변온동물이 되었다
당신은 나의 모서리를 몇 개 더 만들었고
오로지 그 모서리를 감추기 위해
한 사연을 처음 보는 사연과 함부로 용접했다
무심한 눈송이들은 돌아다니며 사이를 만들었고
바람은 훼방 놓을 수 없는 거리를 청구했다
서로에게서 퇴근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누우면 천정무늬가 모든 원인을 각색했다
돌연 물려받은 가난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그러면 모서리들이 사라졌단 믿음으로
한동안 잡스런 노래를 수집하는 집시나
도굴된 문장에 밑줄을 긋는 수험생이 되었다
당신은 무고한 사연들 안에 새로운 양식의 성城을 세웠고
낯선 윤곽의 모서리에 부딛쳐 보기 위해
또 나는 숱한 사이와 거리를 계측했다
장마가 끝나면 폭설이 오는 계절에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남루한 기저基底가 되었다
서로에게서 서로의 부음을 얻어내기 위해
각자의 무덤 곁에 더 날카로운 모서리로 서던 날
우린 이제 죽음의 다른 경향으로 추서되었다

 

지금도 어느 사이와 거리에 서면
부를 때마다 다른 몰골의 유령으로 오는
당신이라는 아픈 모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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