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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양형근

상담사 이우 2014. 10. 17. 00:19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양형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 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