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김혜순

상담사 이우 2013. 6. 8. 06:23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 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