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쓸쓸한 날에/강윤후

상담사 이우 2013. 7. 15. 22:27

쓸쓸한 날에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 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들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 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