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庚子年/나를 기억하다_2020

상담의 지도

상담사 이우 2020. 9. 17. 21:51

Michael White 이야기치료의 지도..서언에서 저자가 언급하며 시작하는 말이 지도(Map)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도는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 그 위치와 방향을 알수 있는 자료다. 지금까지 상담, 심리상담, 심리, 치료, 개인, 가족, 치료적 관계, 의식과 무의식, 정신역동, 현실치료, 정서, 감정 등 여러 심리적 현실들을 직면하면서 거의 10년을 보냈다. 처음 직업상담을 접하면서 시작한 상담, 심리에 대한 관심을 몇 권의 심리학 도서와 관련 전공서적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게 2005년이다. 어쩌면 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마흔의 나이, 주변 친구의 죽음, 직업 정체성의 혼돈, 미래의 갑갑함, 감정의 하락...등이 얽혀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직업상담사 2급 자격시험이었다. 기관에서도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유리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전직에도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당시는 제대로 된 교재도 없고 거의 인터넷 카페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그때 참 고마운 분이 인터넷카페에 그동안 기출된 문제를 정선하여 올려준 자료가 있었다. 그걸 출퇴근 시간 등 짜뚜리 시간을 활용해서 준비했다. 2006년 합격하고 다시 새로운 출구를 열고 싶었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까지 나를 추동시켜 왔다. 가끔은 후회도 한다. 심리상담을 직업으로 삼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이기도 하고, 안전적 직업인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보수나 환경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다. 석사이상의 학력과 700시간 이상의 별도 교육과 연수, 실습, 그리고 인턴수련 등으로 시간과 돈을 쓰지만,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현실의 문 앞에서는, 그리고 새로운 내담자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역량부족과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는 열패감으로 자기자신을 자꾸 다끄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이 직업인 것 같다. 언제나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슈에 맞게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직업이 심리상담의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곳에 더 관심과 집중을 했더라면,..경영이나 법, 아니면 기술을 익혔더라면..지금 내가 조금은 위로가 될까...자신할 수 없다.

 

Narrative는 서사적 이야기이다. 상담의 지도는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정립을 위해 적는 글이다. 시작은 호기심어었을 것이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그 이전의 기억과 감정...새로운 방향의 키를 잡을 수 있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새로 배우는 것이 좋았고,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경험들, 내담자와의 첫 면담, 그리고 이어지는 상담의 과정들...이런 모든 경험이 자양분이었다. 이후 전직지원업체로 이직을 하게 되어 적응을 하면서 전문성을 더 향상시키고 싶은 생각과 비전공자로 있는 것보다 상담심리 전공으로 자리를 스르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마음에 지역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더 깊이 내담자와 교감하고 전문적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대학원 진학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여러 대학원을 모색했지만, 마음만 있지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시간과 돈..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컸기도 했지만, 직장생활과 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해서 망설였다. 상담이나 심리쪽은 거의 전세 한 채값이 나간다고도 하는 고비용의 과정이라는 이야기도 회자되었다. 그러나 조금씩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산에서 열린 상담사의 길이란 강의를 듣기도 하고 대학원 스터디도 지역에서 했다. 심리학 교재를 요약하고 발표하고 서로 격려하며 힘을 모았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산업카운슬러협회 자격증도 기웃거려보고, 코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접하고 교육과 전화텔링실습도 해보았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강사 요청차 방문한 학생센터 연구원과 대화하면서 상담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직업상담을 공부하면서 배운 기본적인 이론습득과 관련 분야 직장인이라는 점이 면접 교수에게 어필이 되었는지..교육대학원 야간에 진학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에는 주3일이상 수업을 듣고 주말이면 연수나 워크숍에 참가했다. 방학에는 별도로 이상심리학이나 심리검사, 매체를 활요한 상담기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통계나 학위논문작성에 대한 특강도 들었다.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 학기에는 논문으로 정말 정신없이 논문을 작성하고, 검토받고, 수정하고, 주변 박사분께 피드백받고, 다시 쓰고...하면서 한 학기를 보내고 무사히 논문통과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 가입해서 연수를 받던 중에 2개 학회에서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어 준비했던 한국상담학회 2급 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것도 마지막에는 모든 서류가 다 제출되고, 심리상담 워크숍이 자격미비로 탈락되는 정황이 벌어져서 게시판에 글쓰고, 인정조건이 맞는 데 왜 안되드냐...등 교육기관과 연수생이 함께 제기한 기억도 있다. 이런 우연곡절 끝에 무사히 2015년 상담의 기본 과정을 끝냈다. 적다보니 여러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다 적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쉽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난하지도 않은 기간이었다. 

 

기억은 조금씩 각색되거나 다시 재정리되거나 아니면 지금 의미있는 것들만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상담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고,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상담의 길을 가는 여러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의 고민들을 함께 경험하고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나를 더 개방하고 나의 이 선택이 인생의 제 2 길을 가는 데 하나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목적지가 아직 어딘지는 모르지만, 나를 더 성장시키고 깨어나게 하는 길은 맞는 것 같다는 정도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곳은 정신역동기반으로 상담능력을 더 닦는 것이다. 이론과 더불어 상담자 교육과 전문연수, 그리고 상담사들과의 동료수퍼비전 등 만남을 통해 더 외연을 확장시키는 것이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정신역동-대상관계-정서중심기반으로 부부, 가족상담으로, 그리고 개방적인 집단상담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보는 것을 생각해본다. 지난 집단상담을 진행하면서 적은 글이 있어 다시 재경험하고자 옮겨본다. 

파도가 있지

파도가 있다.

내 손에서 너의 손으로

전해져 일렁이던 것

그건 사랑이겠지

 

괜찮아 괜찮아

혼자 삭이고 아파했던

그 마음 이제 알겠어

 

상관없지 상관없지

모든 게 그렇지 뭐 하고 방치했던 그 마음

이제 알겠지

 

혼자인 게

약한 게

기댈 곳이 없다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게

그게 그게 내 마음인 것을

 

이제 알겠지

 

파도가 있지, 내 마음에는

너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좋아해도 말하지 않고

그냥 삼키는 건

외면당하는 게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다시 지난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는 게지

 

더 깊어지고 친밀한 게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건

 

사랑하는 법을, 이별하는 법을

그리고 온전히 나로 있는 것을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지

 

내가 내 아닌 것이 되는 것 같아

그게 무섭다는 것

내가 나 인줄 알고 버텨왔던 게

한 순간 무너질 것 같아

 

괜찮다고 상관없다고 버릇처럼

말했지

그러나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지

 

너와 나, 맞잡은 손에 파도가 있지

그 기억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언젠가 너에게 말하겠지

그건 사랑이었다고

그건 너에게 닿고 싶은 내 마음이라고

말하겠지

 

집단상담을 기억하며...(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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