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저녁빛/남진우

상담사 이우 2013. 7. 21. 13:17

저녁빛

 

남진우

 

 

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 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 종일 부우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 없이 사그라드는 저녁빛에 잠겨

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먹임에 귀기울이네……

부서진 꿈들……

시간의 무늬처럼 어른대는 유리 저편 풍경들……

어스름이 다가오는 창가에 서서

붉은 저녁에 뺨 부비는

먼 들판 잎사귀들 들끊는 소리 엿들으며

잠시 빈집을 감도는 적막에 몸은 주네……

 

'행복한공부 > 상담사의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流謫/조용미  (0) 2013.07.22
山頂墓地 1/조정권  (0) 2013.07.21
금속철강연대와 연인들의 저녁/조동범  (0) 2013.07.17
견우(牽牛)의 노래/서정주  (0) 2013.07.16
쓸쓸한 날에/강윤후  (0) 201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