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 집에 갇혔네.
[감상] 젊은 시절, 그의 시가 부려웠고, 그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그의 시편들을 읽었다. 지금 나의 여기 순간을 보여주듯 그는 정제되고 익숙한 풍경들이 낯선 내면의 이미지로 나를 사로잡았다. 사랑을 잃고 그는 왜 쓰고 싶었을까? 그리고 빈 집에 갇힌 내 사랑은 어찌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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