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상담사 이우 2013. 5. 29. 23:00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통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로 들여다 보면

너는 어느 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 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 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감상] 사랑은 도대체 모르겠네. 이 하늘, 이 땅 어디서나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은 비열한가? 사랑은 장렬한가? 사랑은 고독한가?

오로지 상처받은 신열을 쓰다듬으며 이 한 밤 잠 못들어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