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통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로 들여다 보면
너는 어느 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 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 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감상] 사랑은 도대체 모르겠네. 이 하늘, 이 땅 어디서나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은 비열한가? 사랑은 장렬한가? 사랑은 고독한가?
오로지 상처받은 신열을 쓰다듬으며 이 한 밤 잠 못들어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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