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을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나무의 그리움으로
[감상] 아련하다. 이제 벚꽃은 지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언제 피었나 싶게 가버린 청춘의 봄날, 벚꽃처럼 그를 그리워하다 중년의 몸살을 앓는다. 그리운 것은 실날 아리장이처럼 피었다 사라지고, 비오는 어느날 우산없이 걷다 휘감기는 바지단처럼 궂기만 하다. 그래, 벚나무의 그리움으로 다시 한번 편지를 쓰고 싶은 저물녘, 나는 한껏 어제의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래, 힘을 내야지...
'행복한공부 > 상담사의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가 희망이다/박노해 (0) | 2013.06.02 |
---|---|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0) | 2013.05.29 |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고창영 (0) | 2013.05.24 |
중얼거리는 나무 /안현미 (0) | 2013.05.23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0) | 201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