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러분 각자의 인생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세요. 그렇게 시기를 구분한 이유를 간단히 적으세요. 그리고 각 시기를 대표하는 상황이나 사물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설명하세요.
지금 나이 40중반, 나의 인생을 크게 다섯 시기로 나눈다면, 그 나눔의 이유를 뭐로 할까 고민중입니다. 대략 심리성적 그리고 사회발달 단계에 따라 구분하며 제 인생에서 의미있었던 상황이나 사물을 통해 나누어 살펴볼랍니다.
제1시기(유아기)_톱밥: 프로이드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에 따르면 0~6세 사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시기의 접촉에 의해 자기 나름의 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여겼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은 빈 서판으로 태어나고 여기에 무엇을 경험하고 학습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저의 1~6세 사이 아동기경험을 떠올려보거나 첫 기억을 말하라 하면 ‘톱밥’입니다. 동생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한 것을 보면 5~6세가 아닐까 싶어요. 할아버지도 계셨던 때이니...일어난 상황은 동생과 방 앞에서 놀다가 나무로 집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었던 모양이지요. 그때 바닥에 떨어진 톱밥 무더기가 있었지요. 그걸 밥이라고 해서 동생에게 먹이다 할아버지한테 엄청 혼난 모양입니다. 두려움 같은 감정이 기억나네요. 그리고 혼란...톱밥을 저는 밥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인식도 없었던 모양이예요. 그런데 혼이 났지요. 맞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 느낌은 엄청 혼란스럽다는 것...
제2시기(학령기)_전학: 초등학교 입학하고 2학년 때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지요. 그래서 ‘전학’이라고 붙여봅니다. 함께 있던 동무들과 헤어지고 교실문을 나서서 걸어가는 운동장이 어찌 그리 멀든지요. 눈물이 났지요. 울먹이며 운동장을 턱 턱 걸어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기억하면 초등학교 입학하고 전후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던 기억이 나네요. 윗동네 아랫동네 남자애들 칼싸움, 활싸움하고 골목길에서 전쟁놀이처럼 아주 진지하게 했던 것 같아요. 칼도 더 멋지게 다듬고 활도 멀리 날아가서 남을 죽일 정도는 공들여 만들었던 것 같은데...아이들 상상이지요. 활은 쏘아봤지 5걸음이나 10걸음 못 가서 툭 떨어지고 칼은 한 번 휘둘려보지도 못하고 손에 쥐고만 있었지요.
제3시기(청소년기)_편지: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중학교시절을 지나고 고등학교 시절은 참 고독하게 지내려고 혼자 애썼던 시기인 것 같아요. 하루 출석해서 ‘말하지 않기’ 같은 자신만의 약속을 세우고 지냈지요. 특히 고등학교 건물 자체가 너무 위압적이고 공장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죠. 학업성적도 떨어지고 학교공부에는 흥미가 떨어졌지만, 철학이나 시(詩)를 읽고 틈틈이 필사나 자작시를 대학노트에 적곤 했지요. 그게 그 시절을 이겨내는 힘이었지요. 3학년 올라가서 문예부 회원인 동무들 만나고 그 시기 87년 시위현장의 영향으로 다른 학교 동무들과 함께 사회과학 스터디하고 그랬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내가 집중했던 것은 A4 흰 용지와 검은색 만년필, 또는 모나미 플러스펜 얇은 것으로 높은 고 계집아이에게 ‘편지’를 적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대입시험 포기하고 학교를 졸업했지요. 갈 이유를 몰랐고, 그저 소일 하면서 이 도시 저 도시 떠도는 삶을 그리워했지요.
제4시기(대학시절)_묘비명: 무식하게 술과 거리에서 보낸 날들이지요. 운동권과는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한 선배의 추천으로 동아리활동을 했지요. 이전에 읽은 사회과학도서나 운동권 노래들을 알고 있었기에 좋아해주었지요. 짐짓 아는 체 했지요. 그리고 늘 학교수업보다는 술집에서 막걸리나 소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시부렸지요. 혀가 꼬부라지고, 눈에 핏발이 서고, 부등켜 안고, 어깨 두드리고, 손을 마주 잡고, 어떨 땐 주먹잡이도 하면서 그런 시절 보냈지요. 사회분위기가 많이 유해져서 금서가 풀리기도 하고, 동유럽이나 러시아권 소설이나 창작이론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지요. 루카치, 고리키, 그리고 북한의 소설들...그러나 나를 사로잡은 것은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그리스 소설가였지요. 그이 묘비명은 눈을 아리게 하였지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제5시기(직장생활)_밥벌이: 대학졸업 시절이 거의 IMF 폭격을 맞은 때라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여러 군데 회사에 지원했지만 되지 않았지요. 참 많이 좌절했지만, 이 일 저 일 하면서 견뎌냈지요. 잘 하는게 뭔지, 뭘 먹고 살지 고민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 실행은 없었지요. 그래도 전문자격증 취득하면 좋겠다 싶어 대학원진학하고 공부했지만, 참 쉽지 않더군요. 이후 결혼과 함께 직장생활을 했지요.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을 듯 했지만, 그래도 참 적응 잘 하며 지낸다 스스로 위로합니다. 현재는 지겨운 밥벌이가 아니라 행복한 출근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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