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庚子年/독서일기_2020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4일_네번째 이야기

상담사 이우 2014. 2. 12. 21:23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4일_네번째 이야기

 

4. 여러분이 지금 구상중인 이야기를 위해 작업실을 꾸미려고 합니다. 단면도를 그리고, 작업실을 그와 같이 꾸민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보세요.

 

글을 쓴다면, 이런 작업실 하나는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도심의 오피스텔이라도 좋고, 바닷가 허름한 방이라도 좋다. 아니면 산골마을 단칸방이라도 좋지 않을까. 부산에 근접한 지역이면 바다와도 가깝고 산과도 가까우니 금상첨화다.

 

작업실은 자신의 영혼과 무의식이 머무는 아주 사적인 공간, 나만의 성이다. 그런 것을 꿈꾼다. 자유롭게 두고 싶다. 책상과 책장이 중심이지만, 위치는 외진 곳에 놓는다. 책상은 나무면 좋겠다. 그윽한 나무향이 나는 두꺼운 것으로 하고, 일반용 책상 크기에서 조금 더 옆으로 길면 낫다. 책이나 자료를 놓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주로 이 장소는 집필을 위한 공간이다. 의자는 조금 넓은 것으로 책상에 어울리는 나무소재다. 쿠션이 좋은 방석을 놓고 한쪽 다리를 올리거나 양반다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면 맞춤하다. 이걸 한쪽 구석에 놓는다. 벽을 보고 앉는다. 주변이 어두워도 좋다. 초를 켠다. 눈을 감고 잠시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모니터와 자판이 놓인다. 글쓰기를 위한 공간이다. 글을 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새벽으로 잡았다. 5시쯤에 일어난다. 노트를 편다. 만년필이 좋다. 이 시간에 모닝페이지를 먼저 3페이지 적는다. 머릿속에 한참을 생각하기 보다는 손이 가는대로 적는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어깨와 목을 돌리고, 스트레칭을 한 10분정도 한다.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신다. 책상으로 간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주제로 글을 쓴다. 이 작업은 컴퓨터에서 한다. 노트북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자판이 손에 맞지 않다. 매년 출판할 주제를 정한다. 이번 주제는 코칭에 관한 안내서이다. 초보코치가 겪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자신의 경험 위주로 적는다. 평소에는 자료를 찾아둔다. 관련 도서도 책장에 꽂아둔다. 관심있게 본 책이나 주제와 맞춤한 책은 별도로 옆에 두고 둔다. 목차나 글의 구성, 그리고 글의 맛깔을 느껴본다. 2시간 정도 적는다. 이제 습관이 되었다. 무조건 한 꼭지를 적는다. 아이디어 차원도 좋고, 감상이라도 좋고, 책의 내용을 옮겨놓아도 좋다.

 

그리고 프린트를 한다. 읽어본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빨간펜으로 표시하고 별도의 프로젝트 파일에 넣어둔다. 이건 또 저녁에 한 번 더 봐야 한다. 그러면 한 꼭지의 글이 완성된다.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한다.

 

업무를 보고, 틈틈이 관련 주제와 연상되는 아이디어를 노트에 메모한다. 일명 기자수첩이라는 거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있다. 인터넷 클라우드에 저장해놓는다.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저녁에 술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리듬을 단순하게 잡았다. 1차만 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새벽에 적은 글을 다시 본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글의 완성도가 80%정도 되었다고 생각되면, 블로그나 관련 카페 등에 올려놓는다. 블로그에도 글이 차곡차곡 쌓인다.

 

어떤 때는 야간에 글을 적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주로 주말을 이용한다. 그리고 평일에는 일찍 잠을 자려고 한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것도 있지만, 하루의 피곤이 누적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새벽시간을 글 쓰는 시간으로 고정했다. 자동적인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다보니 작업실 이야기보다는 앞으로 글을 쓰는 내 생활의 미래적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적다보니 이 생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서, 어떤 작업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가구의 배치를 어떻게 할까? 창문은, 출입문은 어느 쪽에 있는 것이 좋을까? 창밖으로는 산이거나 바다가 보이면 좋겠다. 가슴이 시원할테니깐. 비가 오거나 하면 친구들을 불러 술 한 잔 하며 잡담을 나누어도 좋다.

 

작가의 서재나 작업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눈에 띄는 책《지식인의 서재》,《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마흔의 서재》등이다. 그리고 구글과 네이버로 검색해보니 많은 작가의 서재나 작업실이 나온다. 그 중 내눈을 사로잡은 것은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깔끔한 책상과 책장, 그리고 공병호 소장의 서재이다. 남에게 보여지는 깔끔한 디자인을 예상밖으로 선호하는 것 같다.

 

책읽기는 주로 누워서 보는 경우가 많다. 책상에 앉아서 점잖게 보지 못한다. 개인공간에서의 책읽기는 내 마음대로다. 그래서 집필을 하는 작업실과 책을 보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겠다. 책읽기는 자유롭고 게으르게, 책쓰기는 규칙적이고 단정한 스타일로...

 

그래서 공간을 분리해서 책쓰는 공간은 한쪽 구석진 곳으로, ‘알랭 드 보통’ 스타일과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스타일을 혼합해서 공간을 만들고, 책읽기 스타일은 민현식교수의 좌식 스타일로 구성하면 좋겠다. 아래처럼 단면도를 그려보았다. 글을 쓰는 공간에서는 철저히 자신만의 공간으로 독립성을 우선으로 배치했다. 출입구에서 가장 먼 구석진 곳에 책상을 L자로 배치했다. 그곳에서는 글쓰기 의식만 벌어지는 곳이다. 책상 옆에는 매년 글쓰기 주제에 맞는 도서나 자료만 놓아두는 책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열린 공간은 방문자나 고객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단단한 탁자와 소파를 놓았다. 소파는 잠자리 역할도 할 것이다. 이 글을 적다보니, 작업실이거나 서재, 또는 상담실이라 부르던 앞으로 내가 가지고 싶은 것 목록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본 작가들의 서재이다. 나만의 작업실을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