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역도서관은 계속 휴관중이다. 대출방법을 찾아보니 원격대출신청이 있어 반가웠다. 해당 도서를 검색하고 온라인 신청을 하니 다음날 현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다. 시범적으로 3권을 빌려본다.
그때 빌린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고미숙)"를 살펴본다.
몸과 병, 주체와 대상, 전통과 과학 등 다양한 관심으로 이 책을 살펴볼 수 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40대 찾아온 종양을 통해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동의보감을 새롭게 보게되었다는 경험을 풀어놓는다.
지금 나의 관심사를 인도해주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주명리에서 동의보감, 그리고 앞으로는 마음에 관한 주제로 이동할 예정이다.
(p.6)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다 보니 몸이야말로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고스란히 담지하고 있는 '보고'寶庫임을 깨닫게 되었다.
(p.8) 다른 학문에 대해서는 횡단과 접속을 주장했지만 의학에 대해서만은 견고한 장벽을 세워 놓고 있었다. 하지만 병과 몸이라는 화두가 마침내 그 장벽을 허물어뜨린 것이다.
(p.44) 의술은 이 삼교(유교,도교,불교)가 공통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일종의 교집합에 해당한다. 무엇을 추구하든 '몸'이라는 지평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p.52) 무릇 대의가 병을 치료함에는 반드시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뜻을 안정시키며 하고자 하는 것도 없고 갈구하는 것도 없이 하여 먼저 크게 자비롭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먼저 발하고 중생들의 고통을 널리 구할 것을 맹세해야 한다. <진대순, 각가학설>중에서
(p.113) 한의학에서는 기본적으로 물질(=육체)과 비물질(=정신)을 선명하게 구획하지는 않는다. 모호해서라기보다는 둘이 항상 중첩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p.116) 정은 생명의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 토대를 의미한다. 기는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에너지다. 그리고 신은 정기의 흐름에 벡터를 부여하는 컨트롤러 역할을 한다. 이 셋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서 변전을 거듭한다.
˙ 정-진액-골수-신장-생식
˙ 기-호흡-폐-패기
˙ 신-변화-무형-심장-마음
(p.165) 그럼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 거처하는가? 정기신 모두가 마음과 연결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신神이 거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신을 주관하는 건 심장이다. 심장은 신명을 간직하는데, 이 신명은 다시 일곱가지로 나뉜다. 신, 혼, 백, 정, 지, 의, 지 이른바 칠신이 이것이다. 그런데 이 각각의 정신활동은 여러 장부에 다 배속된다. 일단 심장은 신을, 간은 혼을, 폐는 백을, 비는 의와 지智를, 신장은 지志와 정精을 간직한다. 현대의학에선 마음과 관련된 작용은 주로 뇌와 연결짓지만 한의학에선 이렇듯 오장육부 전체가 다 마음의 작용과 연결되어 있다.
(p.167) "양생養生에는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 명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첫째 어려움이고, 희로喜怒를 없애지 못하는 것이 둘째 어려움이며, 소리와 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셋째 어려움이고, 기름진 음식을 끊지 못하는 것이 넷째 어려움이며, 신이 허하고 정이 흩어지는 것이 다섯째 어려움이다. 이 다섯 가지가 가슴속에 없으면 믿고 따르는 마음이 나로 두터워지고 도와 덕이 날로 온전해져서 선을 구하지 않아도 복이 오고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아도 절로 장수하게 된다. 이것이 양생의 큰 요지이다."
(p.177) 덜 불행한 것, 덜 고통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존재가 통째로 자유의 시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것, 존재와 외부 사이에 공감의 지대를 확장해 가는 것, 그것이 생리를 소통시키는 일이자 좋은 관계를 위한 윤리적 실천이다. 또 그것이 존재의 무상성을 체득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내가 나 아닌 존재로 변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무상성이자 자연이다.
(p.253) 칠정(七情, 기쁨 노여움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은 그에 비하면 좀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심리작용에 해당한다. '칠신'이 각 장부에 배속된 것처럼 칠정 역시 그러하다. 심장은 군주지관이라 당연히 칠정 전반의 흐름을 조율한다. 모든 감정은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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