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상담사 이우 2013. 5. 19. 00:07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감상] 자주 가는 카페에 정호승시인의 시 몇 편이 올려져 있다. 이 시가 마음에 든다. 인간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늘 웃고 다니는 사람도 함께 만나 이야기해보면 속상하고 아프고 슬픈 추억이 총총이 있다. 누구나 나를 이해할 것 같지 않은 그 사소한 이야기가 그대와 나 사이에 머문다. 나는 잘 들어주려고 한다. 그러나 너와 나는 다르다. 그게 본질적인 것이고 그 간격이나 틈을 애써 메우려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말과 표정과 마음을 읽어내려 한다. 그리고 한 잔 술로 작별을 대신할 뿐이다. 아직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만큼 나는 아직 여유롭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