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중얼거리는 나무 /안현미

상담사 이우 2013. 5. 23. 06:00

중얼거리는 나무 /안현미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불렀어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는 시였어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노래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무는 가수였지
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불리지 못한 노래는 울음이었어
우리는 모두 울음들인지도 몰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칙칙폭폭 기차는 달려가네
칙칙폭폭 화부의 노래는 활활 타오르고
칙칙폭폭 나무의 울음은 전속력으로
칙칙폭폭 나무는 달려가네
칙칙폭폭 비는 내리고
중얼거리는 나무 마디마디
사나운 허무들과 싸우는 영혼들
칙칙폭폭 그 빗물로
슬픔의 수력발전소를 쉼 없이 돌리네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우리는 모두 울음들인지도 몰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감상] 벚꽃이 언제 피었나 싶다. 이제는 푸른 잎새 사이로 햇살이 따갑다. 빅토르 최가 화부였는지는 모르지만, 젊은 한 때 그의 테이프를 사서 듣곤 했다. 그의 웅얼거림, 그의 노래, 그의 리듬...잊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이 재미있다. 노래같기도 하고,  시같기도 하고, 울음같기도 하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입속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