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내가 '남자가 된다는 건 일을 한다는 뜻이다'라는 분명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새턴의 메시지를 첨음 받은 건 아버지에게서였다. 내가 책임져야 할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언제나 일해야 하며, 가족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거대한 책무가 우선이므로 스스로의 행복은 제쳐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29)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결국 날 찾아오지도, 남자가 되는 법이나 어른으로 처신하는 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지금까지도 실망스러울 정도다......우리 시대의 종족선조에 해당하는 존재인 '그들'조차도 사실 남자가 되는 법 같은 건 몰랐다는 사실을. 그들도 결국은 나만큼이나 미숙하고 경험이 모자란 존재였음을. 그리고 그들 자신도 지식이 부족해 어른이 되는 법이라는 수수께끼를 간신히 풀어낸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이다.
(30) 의식rite이란 특정한 누군가가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탐색해 발견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의식은 원형과 심층을 찾아 경험하는 과정이다. 상징적 행위로서 의식의 목적은 심층을 경험하도록 우리를 이끌거나 되돌리는 것이다......의미 있는 의례가 없다면 깊이 없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영혼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32) 통과의례가 우리 문화에서 대부분 사라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의례가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줬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만 하다. 문화를 통해 발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찾아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38) 오늘날 이런 통과의례는 사라져버렸으며, '존재의 탈바꿈'이라는 경험 역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렸다.
(45) 남성이 자신의 삶 속에 공포의 존재를 받아들이려면, 스스로 남자답지 못하다고 느낄 위험을 무릅써야 할뿐더러 다른 남성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남성의 고립은 그렇게 깊어져만 간다.
(48) 권력의 과시 아래에는 콤플렉스가, 콤플렉스 아래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모든 동물은 공포로 궁지에 몰린 상태일 때 가장 위험한 법이다......에로스는 상처를 입으면 권력이라는 수단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60) 여러가지 면에서 탄생 이후의 모든 행동은 다른 욕망의 대상을 통해, 승화sublimation를 통해, 또는 우주 그 자체로의 투사를 통해 모체와 다시 연결되려는 에로스다.
(61) 인간의 종이 원시의 바다에서 발생한 것처럼 우리는 양수에서 태어났다.
(63) (어머니와의) 이 관계가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괴로울 경우 우리는 자신의 뿌리와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에 상처를 입으면 신체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여혼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상처 대부분은 흔히 외부로 투사된다.
(65) 이런 꿈을 통해 우리는 정신이 스스로를 치유하려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는 원래 온전한 존재로 태어났으나, 살면서 갖가지 경험을 하면서 상처를 입는다. 매번 상처를 입을 때마다 아이는 원래 가졌던 자연스러운 진실에 균열이 생기며, 그와 동시에 반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한다.
(68) (어머니 콤플렉스가 이끄는 어두운 힘의 지배)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여성은 자신의 아니무스를 온전히 발달시키지 못한 탓에 아들을 계속 자신의 정신적 지배 아래 두고 싶어한다.
(69)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
아들아,
너 때문에 내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네 아버지는 다른 누구라도 될 수 있겠지만 엄마는 하나뿐이잖니. 난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에 착하던 우리 아들의 모습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74) 분석심리학자 기 코르노Guy Corneau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은 현실에서 자신의 신체를 탄생 초기 어머니와의 접촉과 연관 짓기 때문에 점점 자신의 육체로부터 소외될 수 밖에 없다......남성 안에 자리잡은 자신의 육체(다시 말해 우리를 감싸고 있는 '어머니-물질' 구조)에 대한 양가감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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