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자.
직업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고객을 만나게 되고,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그 사람의 과거경험과 현재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고객의 취업이다. 직업상담이 일반상담과 다른 것은 상담의 방향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심리적․경제적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에 사례별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크게는 진로가 결정된 사람은 주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진로 미결정자의 경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문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업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직업에 대한 신념이 잘못 형성된 경우도 많다.
특정 직업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정보나 신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직업선택이 직업적 만족에서 높은 예측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본인이 직업적 신념에 의해 부정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미국의 진로심리학자인 크럼볼츠는 개인이 가진 잘못된 진로신념을 밝혀내고 장애물을 처리함으로써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선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우리가 가진 신념 중 가장 잘못된 인식 중의 하나가 기술․기능에 대한 편견이다. 특히 오늘날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산업이 등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공계 계열에 대한 기피현상이 그렇다. 국가적으로 이공계 취업에 대해 정책적으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만,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 청소년기의 직업정보가 대부분 부모나 주변 어른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직업정보를 탐색하고 이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에서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에도 교육훈련을 담당하면서 부산지역의 전략적 산업이기도 한 항만물류에 대한 기술과정으로 천장크레인 기능사 양성과정을 전략적으로 발굴하여 개설하였다. 그러나 진입연령의 장애와 기술 현장직에 대한 선호가 낮아 모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수료 후 물류회사의 천장크레인 기능직으로 입직을 한 50대 중반의 고객은 교육과정 선택 및 취업에 큰 만족감을 피력했다. 이 나이에 경비나 택시기사 보다 자신의 흥미와 기대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천장크레인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교육선택과 직업연계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년 이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직업에 대한 탐색과 직업훈련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능과 기술을 익히고 그것이 바로 취업과 연계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직업모색을 통해 기술 기능 전문학교나 직업학교로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도 많다.
주변의 한 분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있는데 어느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해왔다.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일반 대학보다는 특성화된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유리한 것 같은데 어디가 나을지 의견을 물었다. 당사자가 없어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부분의 학과선택은 장래 직업과 연결시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생의 희망사항과 부모의 기대를 조절해나가는 것이 가장 낫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나 대학 교수를 만나 뵙고 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말해 드렸다.
청소년이든 재취업을 희망하는 고객이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직업선택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입수하여 자신에게 가장 바람직한 대안들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에 자신의 편견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날 정보에 대한 접근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가르쳐 주는 법은 없다.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 즉 정보를 재창조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의사결정은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경험이 깊고 넓을수록 우리는 직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누가 이렇게 저렇게 지시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그만큼 미래의 트렌드를 깊이 생각해보고 그 방향에 맞는 기회가 왔을 때 순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직업선택을 하는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대해 일정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관대하기 나름이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거나 부정적인 편견이 직업선택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건 심리학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합리화시키거나 왜곡시킴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진 장점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딜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능력이나 역량을 제대로 판단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익숙해져 있다. 바로 측정가능하고 수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능력은 다양하다.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것처럼 인간의 지능은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는 인간의 인지적 능력만을 측정해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 음악적, 예술적, 사회적 능력에 대해서는 무시해왔다고 한다. 자신이 지닌 선천적 능력을 지능만이 아니라 어떤 점이 뛰어난 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이 지닌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지닌 능력을 잘 알고 있어야 취업에 유리하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잘 맞는지, 어떤 분야로 진출해야 자신의 직업적 만족도가 높은지에 대한 직업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벗어날 때 직업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자신이 가진 직업에 대한 개인적․문화적 편견을 줄여나가고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직업선택의 그 탐색부터 결정까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지닌 선천적 재능을 포함하여 직업에 대한 기대, 사회적 인식 등을 포괄하여 결정되는 다차원적이고 중층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순간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조급성을 버려야 한다. 직업탐색은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고 과거의 선택이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지만, 미래는 자신의 태도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지방대학에 계신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분은 서울의 상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과 다르다.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그 대학에 가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렇다면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여러분이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 선택한 대학생활을 그들보다 더 치열하게 보내야 따라잡을 수 있다. 사람은 과거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꿈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그 노력의 정도에 따라 여러분은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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