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庚子年/독서일기_2020

친밀한 적, 신자유주의에서의 감정과 치유 문화

상담사 이우 2012. 7. 6. 20:30

 신자유주의의 일상적 영향력에 대해 고찰한 『친밀한 적The Intimate Enemy』은 연세대 김현미 교수와 그 동료들이 우리의 일상에 파고든 신자유주의 이념을 해부하고 있다. 간단하게 신자유주의에 대한 흐름을 이 책의 서문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 내지 정리해본다.

 


친밀한 적

저자
김현미 지음
출판사
이후 | 2010-07-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친밀한 적』은 젊은 연구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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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서구 자본주의가 봉착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자본축적의 위기를 타개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본격화함으로써 세계 질서를 주도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추구할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안정망이나 복지보다 개인의 재산권이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함을 강조함으로써 부유한 개인, 또는 부유해지고 싶어하는 개인의 물적 욕망을 옹호한다. 이렇게 시장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면서 모든 것은 시장경제의 회로 속으로 흡수되었다. 교육이나 돌봄 같은 사회의 재생산에 필요한 공공재로부터 생명, 아름다움, 행복, 자기 계발, 치유와 같은 비물질화된 가치까지 투자와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 되었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개인, 곧 소비자가 된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실천이 지배하면서 진실로 자유로운 개인이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빈부 격차와 실업률은 신자유주의를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적자생존과 승자독식의 법칙을 각인시켰다. 신자유주의가 기치로 내세운 ‘자유’와 ‘작은 정부’라는 이상 속에서 개인은 ‘안전망’ 하나 없이 모든 선택과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살아가는 데 급급한 개인들은 타인을 돌볼 경제적 ․ 심리적 여유없이 원자화되어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경쟁과 시장논리가 주도해 삶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시대일수록 ‘품위 있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 능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pp.8-9)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이 제5장 ‘나 주식회사’와 외모관리(김고연), 제6장 감정자본주의와 치유문화(정승화), 그리고 결론부분의 몇 대안적 방안들이다. 현명한 상담사는 문화에 대한 능숙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즉, 그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사회적 ․ 문화적 ․ 정치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직업상담을 하면서 개인 심리적인 사항만이 아니라 전체 사회적 흐름이나 맥락을 이해하면 보다 지혜로운 상담이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외부적 환경에 대해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의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식에 바탕을 둔 지식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복지학에서 다루는 인간행동 및 환경에 대한 이론 중에서 생태학적 쳬계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브론펜브레너(BronfenBrener)의 이론은 시사성이 크다. 그는 청소년의 발달과정에 대해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환경체계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간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주위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주위환경을 미시체계, 중간체계, 외부체계, 거시체계, 시간체계로 나누어 5가지 체계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여건들은 우리의 직업선택과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제5장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나 주식회사’와 외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채용현장에서도 외모의 중요성 때문에 이미지메이킹이 주요 취업스킬 강의로 편성되어 있으며, 대학생을 위한 취업캠프 등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분야이다. 기업의 채용현장에서 외모가 중요한 능력 및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 외모가 중요한 스펙이 된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높은 실업률, 정리 해고 등 고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교육․의료․주거 등의 복지가 감소하고 있는 오늘날 개인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왔다. 개인은 ‘유연한 자본주의flexible capitalism' 시스템하에서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자신의 미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제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게 된 개인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언제든지 다음 직장을 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개선시켜야 한다.(p.143)


개인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기억시키고 자시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외모를 만드는데 주력하게 된다. 외모는 한 개인의 가치관, 시간 사용, 다이어트, 감정의 관리, 자기 통제, 자기 확신 등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을 응축적으로 드러나는 핵심적인 상징 기호로 기능한다.(p.146)


이제 개인들은 패션 뷰티 브랜드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소비하면서 ‘상품 자아’, 즉 제품을 매개로 구성된 자아를 가지게 된다. ……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 관리는 몸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거기에서 수반되는 감정적인 문제들을 통제하고 내면을 규율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잘 관리된 몸은 잘 관리된 감정, 나아가 삶의 방식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상징이다.(pp.158-159)


제6장은 감정 자본주의와 치유문화는 하단에 표기된 요약이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행복, 성공, 웃음, 친절과 같은 긍정적 정서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되고 슬픔, 우울, 무기력, 나태, 절망 등 부정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 돌봄, 정서 관리 산업의 주요한 소비자로 호명한다. 감정 자본주의는 경쟁에 지친 우울한 사람들이 가진 자아 해방에의 염원을 자양분 삼아 자기 치유와 자기 계발이라는 상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치유 문화는 사회적 개선의 필요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자기 개선에만 몰두하게 함으로써 위험하고 불확실한 사회에 대한 거짓 안전감을 제공할 뿐이다.”


마틴 셀리그먼 등의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담론은 긍정적인 인식을 지닌 이들이 사회적으로도 성공한다는 능력주의 신화를 퍼트렸다. 성공하면 행복해진다는 인식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적 실패와 좌절이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선택이 적절치 못했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패와 좌절이 개별화되고 개인화된 것이다.(p.166)


치유 문화therapy culture가 유행하는 것은 정서의 전달과 돌봄, 관리가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 변동과 관련된다. 치유산업이 성장하고 심리학이 대중화되면서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영역을 신경증의 문제로 포괄하게 됐다. 부부 갈등, 양육, 실연, 이혼, 채무, 사업 실패, 실직 등 일상의 모든 일이 ‘치료 가능한 문제’가 되고 있다. 치유는 성적 취향, 불안, 결단력 부족 등에 대한 치료와 자기 통제력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포함하고 있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재평가, 문제 해결 능력의 발달, 전체적으로 인지된 자기 효율성 증대로까지 그 목적을 확장하고 있다. 치유문화는 자아의 해방과 개인적 성공을 이어 주는 다리가 되고 있고 일, 경력 등은 이제 경제적 개념보다는 자기 계발과 치유 담론 안에서 표현된다.(pp.179-180)


치유서나 자기 계발 담론에서 개인들의 정신과 감정, 인성과 삶을 마치 경영의 대상처럼 사유하고 자본처럼 축적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거나,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생각하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성은 ‘신자유주의적 주체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신자유주의 주체성은 ‘자신을 돌보고 향상시키려는 개인의 의지, 즉 작기 계발의 의지를 통해 작동하는 권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p.182)


감정 자본주의에서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해 점점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사회생활의 여러 문제들은 개인적인 자아와 심리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성공이 단지 개인 노력의 결과일 뿐이라면, 실패에 대한 책임 역시 온전히 개인 몫이 된다. 감정자본주의에서 권력관계와 경쟁 구조, 사회생활에서의 성공과 실패,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의 문제는 모두 개인의 자아나 인간관계의 갈등과 관련된 문제로만 제시된다. 그럼으로써 사회제도와 구조적으로 조건 지워진 삶의 불행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거나 비판할 수 없게 된다.(p.183)


치유 문화가 제시하는 자아상에는 공적인 내용과 정치적 내용이 텅 비어 있고 자기애적인 자아에 대한 관심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심리학은 인간관계의 갈등과 친밀성의 문제에 존재하는 어려움을 다루고 문제해결을 돕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타자들에 대한 헌신이나 공통 관심, 유대보다는 우리의 요구와 선호, 자아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긍정 심리학은 더 노골적으로 개인주의적 행복과 성공, 사회와 동떨어진 자아의 주관적 안녕과 평화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p.184)


앤소니 기든스은 심리치료를 “단순히 적응 장치가 아니라, 일반화된 성찰성의 표현 일부로서 현대성이 초래한 탈구와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았다. 심리치료는 새로운 해방의 정치적 기획 속에 개인을 참여하게 하는 테크닉으로 전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심리 치료 문화는 자아의 성찰적 기획을 자기 결정이라는 측면에서만 해석하여 사회적이고 공적인 고려사항들에서 개인의 일상생활을 분리시키는 통제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앤소니 기든스, 현대성과 자아 정체성, 1997)


닫는 글의 여러 주장들은 한 번 더 고심이 살펴보아야 할 내용들이고, 그 중에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도전적 사유는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새롭고 창의적인 질문이나 문제의식과 더불어 새로운 상상력과 비전에 기반한 연대의식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먼저 “삶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더 풍요로워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가?” 등과 같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처럼 다른 사회,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상상은 희망과 비전의 연대를 더 적극적으로 촉발시킨다.(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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