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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적인 사회, 테라피적인 사회

상담사 이우 2012. 7. 19. 23:26

기업적인 사회, 테라피적인 사회(오자와 켄지 지음, 박동섭 옮김)

 


기업적인 사회 테라피적인 사회

저자
오자와 켄지 지음
출판사
서현사 | 2012-01-0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기업적인 사회 테라피적인 사회』는 가수겸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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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건대 이 책은 결코 테라피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날 피터 드러커에서 파생된 자기계발서와 칼 로저스에서 비롯된 카운슬링의 이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적 기업과 테라피는 깊은 관계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오늘날 새로운 사회로 지칭되는 지식사회에서의 ‘지식근로자’라는 애매한 말을 만들어 낸 것 사람이 피터 드러커입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는 책은 아주 유명합니다. 지식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이 되었으며, 누구나 지식근로자로 재창조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 분의 영향은 공병호나 구본형의 저서에도 단골로 나옵니다. 이런 기업경영의 이면에 있는 것이 테라피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 예를 칼 로저스의 초기 기고(1952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칼 로저스는 인간중심의 상담의 창시자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상담의 대가로써 존경받는 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회색 만들기’의 대표적인 인물로 나옵니다. 그리고 카운슬링이 가진 암묵적인 힘의 관계를 지적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습니다. 즉 카운슬링은 그 사람의 느낌에 집중하게 함으로써(감정의 명료화) 상담자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내면화한다는 것입니다.

 

‘회색’으로 불리는 거대한 돈의 혼은 자본주의의 속성일 것입니다. 회색은 우리가 거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회색이 던져준 사회적 시스템(틀) 안에서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게 합니다. 그래서 자기기만에 빠지는 것입니다. 틀을 벗어나는 자유로운 생각을 못하게 합니다. 회색은 우리가 서로 경쟁하고 서로 믿지 않고 “세상이라는 곳은 변할 리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어!”라고 외치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참신했던 것은 “테라피라는 것은 기계는 멈추지 않으면서 기계가 만들어내는 고통만 완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테라피의 구조상의 관점을 수직세계로 보고 있습니다. 즉, 로저스 학파의 ‘평등한 카운슬링’은 기업의 대표가 ‘우리 회사는 직책과 관계 없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라피라는 것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내면에 눈을 돌리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세상이 진정으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로따로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길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오늘날의 기업과 경영, 그리고 상담의 역할에 대해 한번 생각해봅니다. 상담이 본래 개인이 가진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개인은 다시 문제의 장소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상담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된 자아의 힘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금의 사회는 너무 고독한 사회입니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내려놓기도 힘들고, 혼자 짊어지고 가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희망의 상담, 연대의 상담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담(카운슬링이나 테라피를 포함하여)이 가진 힘은 혼자 스스로 일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문제해결을 위한 내성을 길러주는 긍정적 역할도 합니다. 그렇지만 좀 더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해야겠습니다.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틀을 깨는 가운데 새로운 길이 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