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인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 나무 그늘 아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메모] 나희덕시인의 글을 읽으면 그 섬세함과 깊은 통찰에 마음이 깊어집니다. 복숭아나무 그 꽃잎과 그늘, 그 틈에 실린 외로움과 마음이 느껴집니다. 복숭아나무 꽃피는 시절은 아니지만, 가만 가만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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