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8.20
노랑꼬리 연/황학주 노랑꼬리 연 황학주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었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8.13
서해/이성복 서해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 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 보지 않은 곳을 남겨 두어야 할까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8.12
맨발로 걷기/장석남 맨발로 걷기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8.06
당신이라는 모서리/안숭범 당신이라는 모서리 안숭범 우리는 점점 변온동물이 되었다 당신은 나의 모서리를 몇 개 더 만들었고 오로지 그 모서리를 감추기 위해 한 사연을 처음 보는 사연과 함부로 용접했다 무심한 눈송이들은 돌아다니며 사이를 만들었고 바람은 훼방 놓을 수 없는 거리를 청구했다 서로에게서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8.05
여름에 핀 가을꽃/강영환 여름에 핀 가을꽃 강영환 때도 없이 가을꽃이 피었다 자갈밭으로 난 작은 길 위에 마른 눈을 들어 들어서 안간힘으로 버텨선 흔들림으로 가을꽃이 피었다 먼 원시림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강한 뼈대 자갈밭에 내려 쌓이는 수천의 빛 무리를 넘어뜨리며 위태..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30
고래의 꿈/송찬호 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 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8
꽃이 졌다는 편지/장석남 꽃이 졌다는 편지 장석남 1 이 세상에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북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해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7
목요일 꿈에/유형진 목요일 꿈에 유형진 어떤 나무가 나오고 나무엔 꽃하고 잎 대신 구슬이 달려 있었어 연말에 거리를 밝히는 전구같이 조그만 구슬들이 말을 하더라 구슬 한 개에 글자 하나 한 개씩 한 개씩 떨어지며 소리를 내더라 그것을 음악이라고 할까 시라고 할까 하나 하나 떨어지며 내는 글자들의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6
노독/이문재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