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아픈 후회/황지우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5
푸른 밤/나희덕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4
불가능한 다방/이용한 불가능한 다방 이용한 어차피 불가능한 다방이에요 불가피하게 날이 저물죠 치통처럼 11월은 오고, 목요일은 지나가요 걸레질이 끝나면 화장을 고치죠 난간에서 선량한 음모를 쓰다듬으며 등이 굽고 엎질러진 숙맥들이나 사랑하면서 모든 연민은 구석에서 식어 가요 마음속에서 마음을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3
流謫/조용미 流謫 조용미 오늘밤은 그믐달이 나무 아래 귀고리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집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렸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녘, 지친 마음에 꽃 다 떨구어버린 저 나무는 제 마음 다스리지 못한 벌로 껍질..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2
山頂墓地 1/조정권 山頂墓地 1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1
저녁빛/남진우 저녁빛 남진우 붉은 저녁해 창가에 머물며 내게 이제 긴 밤이 찾아온다 하네…… 붉은빛으로 내 초라한 방안의 책과 옷가지를 비추며 기나긴 하루의 노역이 끝났다 하네…… 놀던 아이들 다 돌아간 다음의 텅 빈 공원 같은 내 마음엔 하루 종일 부우연 먼지만 쌓이고…… 소리 없이 사그..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21
금속철강연대와 연인들의 저녁/조동범 금속철강연대와 연인들의 저녁 조동범 타워크레인 위로 끊임없이 해는 진다 연인들은 치명적인 키스를 하고 금속철강연대는 파업을 결의한다 금속철강연대를 바라보며 연인들은 단단하고 변함없는 사랑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사랑은 단단하고 견고하며, 결코 깨지지 않는 금속철강연대..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17
견우(牽牛)의 노래/서정주 견우(牽牛)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었다. 출렁이는 물ㅅ살과 물ㅅ살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하(銀河)ㅅ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16
쓸쓸한 날에/강윤후 쓸쓸한 날에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 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15
참 좋은 당신/김용택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