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바람을/최정례 나무가 바람을 최정례 나무가 바람을 당긴다 이 끈을 놓아 이 끈을 놓아 끌려가는 자세로 오히려 나무가 바람을 끌어당길 때 사실 나무는 즐겁다 그 팽팽함이 바람에 놓여난 듯 가벼운 흔들림 때론 고요한 정지 상처의 틈에 새잎 함께 재우며 나무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 슬며시 당겨 재우..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5
토막말/정양 토막말 정 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 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 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주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 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5
식후에 이별하다/심보선 식후에 이별하다 심보선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 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 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4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남자가 되어/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남자가 되어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4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 봅니다 킥킥거리며 한 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4
나는 춤추는 중/허수경 나는 춤추는 중/허수경 나는 춤추는 중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는 춤 추는 중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 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3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고운기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고운기 1 먼 바다 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오고 열몇 마리씩 떼를 지어 산마을로 들어가는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사립문 밖에 나와 산과 구름이 겹한 새 날아가는 쪽 하는 바라보다 밀물 든 모랫벌 우리가 열심히 쌓아두었던 담과 집과 알 수 없는 나라 모양의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2
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너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1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김혜순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8
바람의 말/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