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문재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14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07
스텐카라친/김정환 스텐카라친 김정환 그것은 먼 나라보다 가까운 젊은 날의 방황, 다만 속절없이 거대하게 출렁거리는 무엇이 거대하게 무너지고 그곳에 우리의 길이 세상보다 더 거대하게 열리는가 앞으로 우리들의 생애가 창백하고 친근한 동안 그것은 뒤돌아보지 않은 수천만 명이 피를 흘리던 시간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05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 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그를 속였다 그가 다가가면 발로 차고 그가 도망가면 팔을 잡았다 그가 웃으면 울고 그가 울면 웃었다 그가 망하면 웃고 그가 팔을 쳐들면 웃고 그가 걸어가면 웃고 너를 안을 때뿐이다 인생이 그를 속이지 않는 건 너를 안을 때 해가 질 때 너..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03
오후 세 시/김상미 오후 세 시 김상미 오후 세 시의 정적을 견딜 수 없다 오후 세 시가 되면 모든 것 속에서 내가 소음이 된다 로브 그리예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처럼 의식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주변을 어지럽힌다 낮 속의 밤 똑 똑 똑 정적이 정적을 유혹하고 권태 혹은 반쯤은 절망을 닮은 멜로디가 문..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7.01
여름밤/이준관 여름밤 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뚠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30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9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나쁜 소년이 서 있다 허연 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처연하게 늘 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8
밥과 자본주의-우리 시대 산상수훈/고정희 밥과 자본주의-우리 시대 산상수훈 고정희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겨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을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8
또 비가 오면/이성복 또 비가 오면 이성복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몸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발밑 잡초가 키..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