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매며/장석남 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위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6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장정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4
빈 집/기형도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3
상처가 희망이다/박노해 상처가 희망이다 박노해 상처 없는 사랑은 없어라 상처 없는 희망은 없어라 네가 가장 상처받는 지점이 네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니 그대 눈물로 상처를 돌아보라 아물지 않는 그 상처에 세상의 모든 상처가 비추니 상처가 희망이다 상처받고 있다는 건 네가 살아 있다는 것 상처받고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02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통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로 들여다 보면 너는 어느 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 얼마나 장렬..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29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더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을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27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고창영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 고창영 살면서 가끔은 울어야 한다 곪은 상처를 짜내듯 힘겨운 세상 살아가면서 가슴 한가운데 북받치는 설움 때론 맑은 눈물로 씻어내야 한다 [감상] 우리 문화는 감정을 억제하고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다. 나도 어릴 때부터 집이나 학교에서 남자는 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24
중얼거리는 나무 /안현미 중얼거리는 나무 /안현미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불렀어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는 시였어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노래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무는 가수였지 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2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19
푸른 하늘을/김수영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