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5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스물여덟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 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말엽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 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1
즐거운 편지/황동규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20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9
눈/김수영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靈魂과 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9
어디로?/최하림 어디로? 최하림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사나이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8
버스 정거장에서/오규원 버스 정거장에서 오규원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7
슬픔/김현승 슬픔 김헌승 슬픔은 나를 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 준다. 나를 다시 한번 깨끗케 하여 준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이 비추인다. 고요한 밤에는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6
식사법/김경미 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 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 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6
The Last Train/오장환 The Last Train 오장환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