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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 재취업의 시작

상담사 이우 2012. 10. 26. 23:00

 중년기 재취업의 시작

 


우리 경제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일본형의 장기 불황으로 빠지는 것은 아닌지 경제전문가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높아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예측만이 아니라도 실질적으로 가계가 지고 있는 빚도 문제이고, 소득은 전혀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물가는 계속 높아지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살기 너무 팍팍한데, 경제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갑갑한 심정입니다.


요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중년층이라 그들이 이야기가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어제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야기가 있어, 잠시 소개드립니다. 한국트렌드연구소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2013년도 시장을 움직일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특히, 거품청년(Bubble Young man)이라는 키워드를 읽어보니, 오늘날 중장년층의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건강에 대한 염려, 고용환경의 불안정, 강박적인 자기계발, 대인관계에서의 소외, 개성화 등 지금의 중장년층은 이전 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대” 개념이 특정 시기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특정 연령층을 나타내는 동년배 집단(cohort)으로 정의한다면, 중장년층의 경우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경험에 따라 다른 세대적 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산업화시기에 유년기를 보냈으며, 민주화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정보화시기에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가장 이른 교복자율화 세대이기도 하고 어중간한 참교육세대이기도 하며, 학생운동의 퇴조기에 대학생활을 했고, IMF 찬바람 속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정보화의 시기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빠른 고용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끊임없는 고용불안에 자기계발 압력으로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한국 2030 신세대의 의식과 사회정체성』의 저자인 이명진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한국전쟁 세대(1941년 이전), 전후 세대(1942~1952), 유신체제 세대(1953~1959), 386세대(1960~1969), 신세대로 구분했습니다. 여기서 신세대는 탈냉전 세대(1970~1978)와 월드컵 세대(1979~1985년)으로 구분하고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처럼 우리가 한 세대라고 말은 하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 신념을 가지고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40대의 경우는 현재 신세대로 분류되는 세대로 주류이며 한국사회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고, 50대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로 은퇴시기와 맞물려 갈등하고 있습니다. 60대의 경우는 늘어난 수명과 세대간 차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습니다.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세대적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중장년층인 40세에서 55세까지 남성입니다. 정년연장의 움직임도 있지만, 그건 일반기업,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힘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경력경로에서도 2~3번은 직장이동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취업의 경우 임금이 이전 직장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높아 구인자의 재취업 만족도가 낮습니다. 그만큼 기업에서도 재취업자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령에 따른 부담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 구분과 관련 없이 인간 발달 생애주기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하고 사회의 안정적인 절정시기에 실직을 맞이하고 재취업의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의 주요 흐름이 미취업 청년, 여성, 탈북자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지원이나 프로그램이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40세에서 55세까지의 중장년층 남성에 대한 재취업 지원은 일자리 매칭에만 한정되어 진행되었습니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를 고려하기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며, 갈수록 세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고용구조에서는 적은 임금이라도 하향 지원하여 취업을 하는 것이 현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겪는 재취업에 따른 심리적 어려움은 한 둘이 아니지만, 사회에 내색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담심리 현장에서도 중장년층은 경우 심각한 중독증세가 아니면 상담이라는 장면을 회피합니다. 그리고 심리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다보면, 알콜이나 도박, 성적 중독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장년층이 가지는 전생애발달적 관점에서 커리어 플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중장년층의 경우 칼 융(C.G. Jung)의 심리적 접근이 대단히 유의미합니다. 칼 융에 따르면 인생의 후반기를 접어든 중년의 경우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자아정체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40세를 전후하여 인간의 행동과 의식이 탈바꿈(reversal)하는 결정적인 전환기이며, 이 때 인생에 대한 진정한 ‘눈뜸’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보다 진지한 자기 성찰과 탐색이 이루어지도록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정립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공조시스템이 갖추어져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