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공부/직업상담이야기

초점(focus) 맞추기

상담사 이우 2013. 3. 8. 22:00

 초점(focus)  맞추기


살다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이런 혼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름 계획적인 삶을 기대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인생이나 직업에서 표류(漂流)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자신이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이전에는 한 방향으로 계획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나가면 정년까지는 직업과 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환경과 세계경제의 흐름 자체를 예측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가에서는 장기적인 경제예측을 포기했다고 한다. 경제지표 등의 수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경제의 흐름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 자국에 충격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져야 할 뚜렷한 경력방향보다는 시기적절하고 유연성있게 커리어패스를 가져가라고 충고한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말해서 방향성과 유연성을 함께 가지고 주도적인 삶을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든 기회와 능력향상에 대한 자기의 몫이 그만큼 더 커졌다. 자신이 가진 역량이나 능력을 예측가능하고 계량화하고 모든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관리와 적정한 경력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개인이 바로 자기 인생 경영의 주체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이제 각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경력설계나 재취업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난감할 때가 많다. 위기가 기회라고 말하지만, 이전의 직장보다 나은 조건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어쩌면 한국사회에 팽배한 고용연령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대학에서도 졸업 이후 몇 년이 지나버리면 대기업에 들어갈 문이 더 좁아진다. 바로 신입사원에 대한 연령 제한이 법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아직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력이나 연령 조건을 무시한 파격적인 채용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력서에 연령이나 주민번호, 학력, 경력사항을 기록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에 서류전형에서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을 우선 선발하고 이후 블라인드 면접 등을 통해 ‘그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경력자인 경우에도 연령 때문에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과 전직을 희망하지만 쉽지 않다.


베이버부머세대의 퇴직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민간에서도 은퇴이후의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성공적인 취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보다 나은 임금, 월등한 근로조건, 후한 복리후생,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줄 수 있는 명함과 직책...,이런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직무 만족감이나 행복지수는 보다 주관적이고 개별적이다. 그러므로 이제 직업과 일,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서 접근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삶의 관점이랄까, 직업에 대한 태도를 점검하고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과 직업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지 한번 냉정히 살펴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직업의 세계에서도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잠언이 적용된다. 그리고 그 앎을 바탕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다보면 이것 저것 걸리는 것이 많고, 이것도 저것도 선택의 장애나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다양한 직업선택의 요건들(근무조건, 복지, 임금, 근로시간, 통근거리, 대인관계 등)을 살펴보고 자신의 초점과 맞는 장점을 바탕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재취업의 직업선택에서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일전에 만난 중소기업 담당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재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한 분야에서 기술직으로 일을 했지만, 회사의 사정과 개인의 필요로 인해 사직하고 재취업을 하는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30대 후반의 경력 기술자이지만, 중소기업에서조차 연령을 이유로 고사했고, 몇 차례의 구직활동 결과 취업을 하게 되었다. 임금은 반토막이 나기 마련이었지만, 그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했다.


이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재취업 상담에 있어서도 난감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노력이야 모르는 것은 아니자만, 정당한 일자리나 괜찮은 일자리는 없고, 연령과 경력에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하여 전달하기도 너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직업상담에서는 각자의 적성과 소질에 적합한 일자리를 오랜 시간 탐색하고 재학습하고 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취업과의 연계를 빠른 시간 내에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주로 이력서 등 작성과 면접스킬 등 눈에 보이는 노력과 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삶과 직업에 대한 탐색 자체가 호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삶과 직업에 대한 만족과 행복감은 중요하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물질적 평가로도 측정하기가 힘든 것이다. 백일몽같은 생각이지만, 직장에서 10년 정도 일하고 나면, 1년~2년 정도는 국가나 사회에서 재취업과 재교육에 대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기본적인 경제적 수입을 보장해준다면 인생과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업과 삶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체 사회시스템에서 부족한 부분은 각자의 몫이 아니라 공동의 숙제로 함께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도 재취업과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소질과 능력에 적합한 일자리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