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직무)/글쓰기

두 갈래의 길, 상담가의 길

상담사 이우 2013. 4. 24. 22:37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직업상담 관련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사람의 운명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이루어질지 장담하기가 어렵다. 수년 전 TV프로에서 "그래 결심했어!"라고 외치며 서로 상이한 인생스토리를 보여주던 게 생각난다. 인생의 첫 단추를 어떻게 채우냐에 따라 다른 삶이 형성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반문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탐색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발을 떼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모른다. 일에 대해서 학자들은 주로 생계, 전문직, 천직으로 분류하여 설명한다고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생계를 위한 밥벌이이기도 하고, 직업상담 영역이라는 분야로 특정되어 있고, 또 앞으로 나의 노력과 열성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일을 통해 우리는 밥법이를 하고,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일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일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 일은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프로이드나 아들러도 일을 인생의 주요 과제중 하나로 선택한 것은 일이 그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난 세월동안 한 분야의 직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는 듯 하다. 그저 물 흐르듯이 흘러왔고, 내 자신이 가진 욕구나 희망, 꿈 같은 것을 개인적 소망과 연결시켜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런 삶에 대한 태도가 어쩌면 자기 스스로 해나가면서 타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두번 더 생각해보지 않고 살아온 듯 싶다. 학교의 선택도 학과 선택도 그리고 그 외의 인생선택에서도 주어지면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어떤 분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자기 팔을 자기 스스로 열심히 흔들며 살아온 것이라 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그 내면에 내 스스로의 열정과 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요즘 이런 삶의 태도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심리상담이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두서없이 적어본다.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우연한 일이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주변의 권유로 직업전문학교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때 직업능력개발법인의 요건 중 직업상담사 자격자가 한 명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경력직으로도 가능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인적요건이 되겠다는 생각에 혼자 공부하여 2006년 직업상담사 2급을 취득했다.


그리고 2009년인가, 상담심리스터디 & 상담심리 공부 온라인카페를 통해 상담대학원에 대한 정보를 듣고, 앞으로 상담사로 살아가는 길이 어떤 걸까 궁금했다. 그 당시 꿈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무료 특강을 서울에서 진행하는 최현국 대표를 알게 되었고, 2010년 초 쯤 부산특강이 있을 때 참가하여 들었다. 변화에 대한 심리학적 인식과 그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인간의 특성에 대한 강의였다. 진지하고 성찰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상담심리의 대중화를 위한 개인적 노력과 코칭에 대한 열정이 뛰어난 사람임을 알았다. 그리고 코칭 시연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자연스레 코칭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상담과 코칭에 대한 개념도 없이...코칭이 가진 매력에 관심을 기울였다.

 


존 휘트모어의 “누구나 떡갈나무로 성장할 도토리”라는 은유는 사람이 가진 잠재력의 무한한 힘과 그 실현을 돕기 위한 직업가로써의 코칭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했다. 2010년 서울까지 올라가서 코칭 기초와 심화과정 두 코스를 이수하고 코칭관련 자격취득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서울이 아닌 부산지역에서는 함께 코치로서 성장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을  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부산에서도 코칭 워크숍이 진행되었지만, 코칭 학습자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아 부족한 면이 있었다. 지금도 코칭 관련 카페에 가보면 그때 함께 했던 동료들이 벌써 KAC, KPC 코치자격을 취득하고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누구나 노력하면 자신의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회와 노력을 꾸준히 탐색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시간과 열성을 쏟아야지만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지금도 코칭 실습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직장인으로 학생으로의 바쁜 역할로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코치로 성장 발전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생각하고 있다.


이후 상담심리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은 [부산]상담심리 공부모임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2010년 6월부터 12주간 진행하는 상담심리 스터디에 가입하여 스터디 동료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학부에서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학생도 있었고, 미술치료 관련 대학원에서 학업과 직장을 병행하는 분도 있었다. 그분들과의 12주 스터디는 상담심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돕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후 직장생활로 바빴고, 상담심리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나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진학 외에는 없을까 생각해보았지만, 현장에서는 직업상담사 자격증만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직업상담이긴 하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그들의 직업적 전망과 함께 공감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상담역량이 필요하고 개인적 부족함을 메꿀수 있는 방법이 뭘까 궁리했지만, 뚜렷한 방향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모 대학교 상담심리센터에 강의 요청차 방문하여 상주하고 계신 전문상담사분과 얘기를 해보았고, 여러 분야의 다양한 분들이 대학원에서 학업을 하고 계심을 알았다. 그리고 직장인으로 야간에 학업을 할 수 있는 교육대학원은 내게 좋은 기회인 듯 싶었다. 2010년 전형일정이 끝나 도전하지 못했지만, 2011년 모집전형이 공고되었을 때 과감하게 지원했다.학비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그건 나중 일이라 생각하고 지원했다. 그런데 지원자가 너무많았다. 어느 규모로 인원을 선발하는지 모르지만, 60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한 강의실 가득 앉아 있었다. 면접에 대한 준비도 없이, 교수님이 물어보는 사례에 대답하고, “안되면 그만이지”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면이 나에게 있음을 지난 개인상담에서 알게 되었다. 쉽게 그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합격이었고 2011년부터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다. 벌써 3학기차다.


지난 대학원수업을 생각하면,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동기와 함께하는 일이라 서로 격려하며 의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수업뿐만 아니라 대학원의 모든 행사를 통해 내가 보여주는 대인관계적 측면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황을 통해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의 흐름을 성찰해보려 한다.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은 학기마다 진행하는 상담심리교육이 있고, 한 달에 한번 씩 학회관련 연수와 사례발표가 있다. 모든 행사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시간을 내어 참가하고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 지금까지 두서없이 직업상담과 상담심리 대학원 진학에 대한 내가 선택한 한 갈래 길에 대해 적어보았다. 누구나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내게 맞는지, 이 길을 선택함으로써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쉽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신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쉽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은 내가 가진 직관과 이성이 서로 만나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묻어난다. 그리고 두 갈래 길에서 한 길을 선택함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처럼 나는 내가 선택한 한 길을 후회 없이 가는 것도 인생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삶의 목적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임을 강조하고 싶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1874∼1963), 「가지 않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