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드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04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03
푸른 나무/김용택 푸른 나무 김용택 이세상 살아오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의 허무를 느낄 때가 있었듯이 내 청춘도 까닭없이 죽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냥 외로웠다 이유 없이 슬펐다 까닭없이 죽고싶었다 그러던 오늘 같은 어느날 텅빈 네 그늘 아래 들어 서늘한 네 몸에 더운 내 몸을 기댔다 아, 서늘하게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5.01
지친 버스/유희경 지친 버스 유희경 순간, 나는 숲과 길을 생각했다 길이 숲으로 나 있는 것인지 숲을 통 과하는 것인지 숲이 내놓은 것인지 더듬대는 동안 길 위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사람이 내렸다 비가 내리면 길은 자 꾸 운다 기댄 사람은 더 기댈 곳이 없다 전단지 같아 여기는 지친 버스 길은 여..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30
한 잎의 女子/오규원 한 잎의 女子 1 -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26
그 머나먼/진은영 그 머나먼 진은영 홍대 앞보다 마레지구가 좋았다 내 동생 희영이보다 앨리스가 좋았다 철수보다 폴이 좋았다 국어사전보다 세계대백과가 좋다 아가씨들의 향수보다 당나라 벼루에 갈린 먹 냄새가 좋다 과학자의 천왕성보다 시인들의 달이 좋다 멀리 있으니까 여기에서 김 뿌린 센베이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23
봄길/정호승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21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박정대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 박정대 그런 건 없겠지만, 사랑이여 그대가 없어도 혼자 담배 피우는 밤은 오네 보르헤스의 책을 펼쳐놓고 <꿈의 호랑이들>을 읽는 밤은 오네 밤이 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도 아닌데 깊은 밤 속에서 촛불로 작은 동굴을 하나 파고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17
마른 물고기처럼 마른 물고기처럼 나희덕 어둠 속에서 너는 잠시만 함께 있자 했다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네 몸이 손에 닿는 순간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다 마른 샘 바닥에 누운 물고기처럼*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 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비비는 것처럼 너를 적시..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3.04.16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 행복한공부/상담사의 詩 읽기 2012.11.02